작은 공간이지만, 도심에 공간을 마련하고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얼기설기한 전선을 정리하고, 서가를 놓고 필요한 도구도 마련하여 누가 오더라도 커피 한 잔 대접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같아 선 다구를 마련하여 차를 대접하고 싶다.
오디오 시스템도 갖추고 싶지만, 불청객 도씨의 방문으로 마음 상하고 싶지 않기에 컴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음악을 즐기는 것이지 기기를 즐기지 않기에 이만해도 충분하다.
책들을 정리하는데 어리가 아프다. 모두 꽂아 놓기에는 서가가 부족하니 한 달내에 펼처 볼 기회가 안되는 책들을 한 귀퉁이에 쌓아 놓기로 하였다. 이제 함부로 책을 구입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도 어제도 책을 구입했다. 다시는 구입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오늘도 두 권을 구입하였다. 하지만 본인에게 아주 귀중한 자료가 들어 있는 서적이다. 책방 주인은 내가 고르면 다른 이보다 배 이상의 값을 달라고 한다. 괘씸도하고 한편으론 바가지를 쓰는 것같아, 오늘은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하는 말이, "다 아시면서 그러시냐"로 대구 한다.
오늘 고서점 주인은 본인을 잘 모르는 이로서 본인을 고서 수장가로 보는 것같았다. 아니라고 하니, "선생님은 값나가는 책만 고른다."고 한다. 그렇니 더 이상 그와 대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오늘 만난 책은 본인이 모셨고, 본인 결혼시 주례선생님으로 매년 연초면 세배를 드리며 존경해 오던 명망 높으신 분의 회고 글이 있고, 또한 본인 가계와 연관된 글이 있어 본인에게는 아주 귀중한 책이다.
이러한 귀한 책을 만나기에 책을 구입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도 번번히 의지가 박약해지는 것이다. 서점근처를 가지 말아야 될 것같다.
연구실로 와, 컴을 켜고 음악을 크릭하니, 이 맘 때면 늘 방문하던 오수(午睡)가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 와 대접하느라 소파에서 책을 보는데 열어 놓은 창문틀에 새 한마리가 날아 와 뭐라 속삭이며 안을 살피더니 나를 발견하곤 날아 갔다.
초여름 바람의 느낌은 농촌에서 모내기하고 파릇파릇 자란 벼를 바라 볼 때 불어 오던 상쾌한 바람. 그 느낌이다.
음악이 있고, 호기심을 채워주는 글을 보며 초여름의 상쾌한 바람 거기다 오수가 찾아와 잠시 소파에서 즐기는 눈붙임. 일요일 오후가 이렇게 좋을 수 없다. 행복한 시간이다.
'단 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첨성대(瞻星臺)에 대한 소견 (0) | 2015.07.16 |
---|---|
메르스와 연관하여 (0) | 2015.06.13 |
인상 (impression) (0) | 2015.04.30 |
헌책 (0) | 2015.04.06 |
예학이 왜 사라졌나? (0) | 2015.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