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새책보다는 헌책(한적고서 포함)을 좋아한다. 이유는 원하는 정보가 고서에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값이 너무나 좋다. 한적고서는 엄청 고가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복사 본을 구해 본다. 또하나 우연히 횡재 아닌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가 소장했던 책이 나의 수중에 들어 오는 경우이다. 이미 오래전에 모두 고인이 된 재계 제일의 부자였던 이에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학자가 증정한 한정판의 책도 있고, 또 유명 구정치가가 근 백년전 미국 유학시절의 유명대학 교제도 있다. 나라 서열 제 2위 고위직을 지낸 분의 것도 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은 아니고 구입하고 보니 그런 경우다. 이들 책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은 책이었다.
지난 토일에도 우연히 구입한 책을 살펴보니,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가 어느 학계의 권위자에게 증정한 책이었다. 물론 친필로 증정한다는 글이 씌여있다. 저자가 친필로 증정한 책을 내동댕이 치다니, 이런 책을 볼 때 씁쓸해진다. 수집가들에게는 이런 경우를 호기로 여기지만, 본인은 수집가가 아니라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증정한 저자가 알면 어떤 기분일가? 쓸데없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니, 여러 면이 인쇄가 안된 백면으로 되있다. 수집가에겐 더 값나가는 책인지 모르겠다.
아하, 이래서 소장자가 증정한 이의 무례함을 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무심코 일을 하다보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불운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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