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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상

불괴옥루 (不愧屋漏)

by 安喩齋 2015. 2. 28.

어려웠던 친구에게 많은 도움을 주웠기에, 설마 그럴리가 있을 가하였던 그에게 뜻 밖에 엄청난 화를 입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무엇인가에 몰입하여 잊어버리려 했다. 그게 바로 오래전부터 정몽주의 단심가와 이방원의 하여가에 대하여 가졌던 의구심을 푸는 것이었다. 원래 애널리스트였기에 문헌조사 분석에는 남다른 감각이 있었다. 정몽주 선생과 관련된 논문에서의 이슈를 원전(고려사 및 漢籍)과 확인하는데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를 마치고 다음으로 이렇게 훌륭한 이가 있나하고 정도전을 연구하다 보니, 국사업계(그들에게 학계라는 말을 피한다.)의 많은 엉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관심 밖이던 역사학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연구하고자 역사 연구방법론을 학습하기 위해 서양의 저명역사가들의 저서를 읽었다. 예전엔 그런 경우를 일러 누구에게 사숙하였다는 표현을 썼다. 지금은 그러한 시대가 아니지만 구태어 표현하자면 코링 우드에게서 사숙하였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나름대로 역사의식이 형성되었다. 대학에선 나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우연히 서양 경제사 강의를 맡기도 하였다. 수강생들로부터 좋은 호응얻었다. 이제까지 그들이 배웠던 역사 인식과 달랐고 역사를 이해하는데 재미를 느꼈던 것같다. 

 

이로서 내에게 원래 전공과는 다르지만, 새롭게 인식되어야 할 사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이쯤 3월 1일에, 선현의 역사 사실을 연구하고 글을 쓰며,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과 차를 즐기려 교통이 편리한 곳에  누추한 공간을 마련하였다.

 

중용 33장에서 시경의 尙不愧于屋漏(상불괴우옥루)를 인용한 것처럼 나도 그 장구를 따 '불괴옥루'를 문 앞에 달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자리를 빌어 물심으로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공간마련에 전적으로 도와주시고 일을 추진하는데 용기를 주셨으나, 일체 밝히지 말라시는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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