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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상

무관심

by 安喩齋 2014. 12. 18.

추위가 지속되는 연말이다.


연말이 되면, 허겁지겁 하는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무슨 무슨 세미나가 연말 때면 성황을 이룬다.


예산을 확보해 놓고는 실행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알뜰하게 시행했는지 그럴리는 없겠지만, 남은 예산을  털어 버리자는 것일 수 도 있다.


이틀전에 어느 국립대학의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외국 어느 대학과 조인형태로 개최되는 것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한 안내문이었다. 실은 그 대학 출신 한국인이 외국 어느 대학에서 강의하는 수준에서 이 대학에 와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거창하게 외국 대학명을 거명하여 국제 학술 세미나처럼 보이게 하였다.


발표자와 청강자는 그 대학 출신들과 대학원생들이었다. 이 대학만이 아니고 정부기금을 지원받아 학술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 모든 대학들이 취하는 행태이다.


그러니, 동호회나 학내모임이다.


그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대학이고, 우리나라 옛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규장각을 관리 운영하는 대학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국학 산실의 대학임에 틀림없다. 규장각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한해 예산 만도 녹녹하지 않은 곳이다.  


근데 그 규장각 내의 한국학 연구원 회의실 벽에는 고문서를 꺼꾸로 걸어 놓고 있었다. 물론 학술적 연구가 아닌 데코레이션을 위해 걸어 놓은 것이다. 


어떻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년간 꺼꾸로 걸어 놓을 수 있단 말인지, 모두가 까막 눈이었는지....


어느 발표자는 발표를 위한 발표 느낌도 있어 안타가웠다.


조선의 역사를, 성리학에 궤 맞추려는 만사형통의 성리학적 접근이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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