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檮杌)이란 호(號)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언듯 보면 엄청난 학문을 통하여 지은 호로 그럴 듯하다. 도올(檮杌)이란 춘추시대 초나라의 역사서이다. 역사서를 도올이라 한 것은 악을 기록하여 경계하기 위함이다.
그가 오래전에 T.V.에서, 자신이 강좌하겠다고 예고하였던 주제와 관련하여 예산 사는 노인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보내니 강좌에 참고하라며 우편으로 발송하였는데, 명칭을 "돌 000선생 귀하"라 하였다고 하여 누런 대봉투를 들고 나와 흔들어 대며 "내가 돌멩이냐"며 길길이 난동(?)을 쳐대고는 자신이 예고했던 주제의 강좌를 안하고 다른 주제의 강좌를 하였다. 보기에도 민망하고 그 노인이 본인과 무관하지 않은 어른이시라, 그 방송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시골 노인이 고의적으로 한 일도 아니고 또 그 책임은 도올 자신에게도 있다. 발음상 "도올"인지 "돌"인지 구별하기 곤란한 호를 지어 시골 노인이 착각하게 만들도록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냐"고 올렸더니 많은 이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최근에 우연히 방송을 보니, 그랬던 그가 이제와서 스스로 "도올"을 "돌멩이" 로 자처하며 그 의미를 부연하고 있어, 언제는 돌멩이냐며 안하무인으로 방송에서 난동을 부리던 그가, 큰 사변이 발생하지 않은 이상 그렇 수 없을 것으로 짐작되어 도올의 의미를 고증해 보았다.
어쩜 이처럼 자호를 잘 지었을가! 무릅을 쳤다. 어떻게 자신을 꼭 집어 표현하여 스스로 호로 삼다니, 이 점 하나만은 그에게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런 그가 이제 그 의미를 돌멩이로 역설하다니, 그렇다 손치더라도 그는 분명 도올이다.
우선, 사전적 의미로는
①악수(惡獸)의 하나. 성질이 사나와서 싸우면 물러나지 않는다.
②악인을 말한다. 중국 고대에 가르쳐도 되지 않고 말을 해도 알지 못하는 덜떨어진자 (不才子)로 선한 것을 멀리하고 악한 이를 좋아하였는데, 이를 천하의 사람(民)들이 도올 이라고 하였다.
그럼, 도올의 뜻에 대한 전거를 밝혀 보자.
『맹자』「이루(離婁)」下편에 ‘晉之乘, 楚之檮杌, 魯之春秋’란 글이 있다.
이를 해석하면 “진나라의 역사는 승, 초나라의 역사는 도올, 노나라의 역사는 춘추"이다. 즉 도올은 초나라의 역사책이라는 말이다. 두예(杜預)가 쓴 「춘추좌씨전서(春秋左氏傳序)」에도 맹자의 이 글이 나온다. 맹자가 말하기를 “초나라의 역사서를 도올이라 하고 진나라의 역사서는 승이고 노나라의 역사서는 춘추이다.” 그리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문공(文公)」18년(B.C.609) 편에서는 顓頊有不才子 不可教訓 不知詘言 告之則頑 捨之則囂 傲狠明德 以亂天常 天下之民 謂之檮杌(전욱유부재자 불가교훈 부지굴언 고지즉완 사지즉효 오흔명덕 이란천상 천하지민 위지도올) 이라 했다.
이를 해석하면, “전욱씨에게 덜떨어진 아들이 있어 가르칠 수가 없었고 좋은 말을 분별할 줄 몰라 좋은 말을 해도 고집스러워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제멋대로 하게 놓아두면 왁자지껄 떠들어 불경스런 말을 지껄이며, 큰 덕을 지닌 이에게 오만하게 굴며, 하늘의 도를 어지럽히니 세상 사람들은 그를 도올이라 불렀다."라고 된다.
또한, 당나라 사람 장수절(張守節)의 『사기정의(史記正義)』에서 『신이경(神異經)』을 인용하여 말하기를
西方荒中有獸焉 其狀如虎而大 毛長二尺 人面 虎足 豬口牙 尾長一丈八尺 攪亂荒中 名檮杌 一名傲很 一名難訓(서방황중유수언 기상여호이대 모장이척 인면 호족 저구아 미장일장팔척 교란황중 명도올 일명오흔 일명난훈)
이를 해석하면, “서녘의 황량한 곳에 짐승이 있는데 그 모습은 호랑이처럼 크고 털은 두 자이며 사람의 얼굴에 범의 발, 돼지의 주둥이에 커다란 송곳니를 가졌으며, 꼬리의 길이는 1장 8자이다. 서녘의 황량한 곳을 휘저어 어지럽펴 이름하여 도올. 오흔, 난훈이다.”라고 쓰여있다. 『맹자』에서는 역사책으로 적고 있는 반면 『춘추좌씨전』에서는 도올을 오만하고 불경스런 것으로 묘사하였다. 여기서, 도올이란 흉악무도하고 불경스런 짐승으로 불리거나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를 『맹자』 「이루」 上의 자포자기(自暴自棄)로 풀면 이렇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전욱씨에게 좋지 못한 아들이 있어 사람 되게 가르칠 수가 없었고 좋은 말을 분별할 줄 몰라 좋은 말을 해 주어도 고집스러워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제멋대로 하게 놓아두면 왁자지껄 떠들어 불경스런 말을 지껄이며”라는 표현은 도올이 자포(自暴)했다는 것이다. “예의를 비난하는 말을 하는 것을 자포(自暴)라 한다” 言非禮義 謂之自暴也(언비례의 위지자포야). 이는 자신을 막되게 굴려 자신을 망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다음으로 “큰 덕을 지닌 이에게 오만하게 굴며, 하늘의 도를 어지럽히니 세상 사람들은 그를 도올이라 불렀다”라는 표현은 “내 몸이 어짊(仁)에 머물지 못하고 의(義)를 좇지 못하는 것을 일러 자기(自棄)라 한다” 吾身不能居仁由義 謂之自棄也(오신불능거인유의 위지자기야). 이 구절은 곧 어짊과 의(義)를 좇지 않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다른 이에 대하여 생각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자신을 버리는 것이 된다. 예의를 비난하여 마구 지껄이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을 하니 이는 자포(自暴)의 지경에 이른 것이고, 큰 덕을 지닌 이에게 오만하게 굴고 하늘의 도를 어지럽힌다는 것은 곧 자기(自棄)의 지경이 이른 것이다. 예의를 비난하고 어짊과 의를 좇지 않음을 일러 동양학에서는 자포자기로 표현한다. 작금의 이 누리가 점점 자포자기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맹자』 「이루」 下에 어진 마음을 해지는 것을 적(賊)이라 하니 서로 적이 되어가고 척을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도올을 다음과 같이 쓴 사례가 있다. |
㉠ 순조실록에서
우정( 禹鼎 우 임금이 만든 솥)이 간악한 것들을 밝게 비추자 귀신 도깨비 따위가 그 형상을 피할 수 없었고, 상위에 법을 걸어 놓자 도올 • 궁기(악수의 하나로 착한 이를 싫어하고 악한 이를 좋아함.)가 모두 그 형에 복주되었던 것이다.
대저 어찌하여 세상의 변고가 거듭 일어났던가? 또한 나라의 운수가 불행한 탓이었도다.
禹鼎昭奸 魑魅魍魎之莫逃其狀 象魏縣法 檮杌窮奇之咸伏厥刑 夫何世變之層生 抑亦邦運之不幸 [순조실록 권제15, 42장 뒤쪽~43장 앞쪽, 순조 12년 4월 28일(경오)]
㉡ 숙종 실록에서
그러나 반드시 이치에 어긋난 말을 제기하여 유현을 침척하는 데, 힘을 남기지 않았으니, 이와 같은 도올의 모습은 지금 처음 보는 바입니다. 而必提悖理之言 侵斥儒賢 不遺餘力 似此檮杌樣子 今始創覩也 [숙종실록 권제55, 3장 앞쪽, 숙종 40년 2월 19일(신묘)]
㉢ 김부식의 글에서 (동문선 중)
신 부식은 아룁니다. 중국 고대의 여러 나라에서도 각각 사관을 두어 시사를 기록한 일이 있는데, 맹자는 “진의 승, 초의 도올, 노의 춘추가 다 한가지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 臣某(富軾)言 古之列國 亦各置史官 以記事 故孟子曰 晉之乘 楚之檮杌 魯之春秋 一也 [동문선 권제44 진삼국사기표] 여기서는 도올이 초나라 역사서를 말한다.
이러한 전거를 두루 살펴보니, 참으로 자호 하나는 제대로 지었다고 칭찬을 아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