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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상

저명한 교수(학자)가 죽은 후

by 安喩齋 2019. 3. 14.

학부나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나, 서구 인문학자들의 사숙(?)으로 연구하는 나에게, 오래전에 절판 되어 구할 수 없는 책을 고서점에서 만나는 횡재를 얻기도 하는데, 기분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 횡재는 대부분 이름 났던 교수가 죽은 후 그 가족들이 고물상에 통체로 넘겨 쏟아저 나온다. 아, 그 교수가 죽었나? 아닌게 아니라 확인해 보면 서너 달전 아니면 몇 년전에 작고하였다.


주로 국문학 국사학 한문 등 인문학을 전공한 이들로 이름조차 거론하기 민망한 이들이다. 생전에 교수(학자)로서 각종 국가의 혜택을 누리며 그 가족 또한 영광을 누렸을 사람들이다. 그런 가족들이 자신의 아버지 유품을 고물상에 통체로 넘기다니 그럴 바에는 후학에게 물려주면 좋았을 것을 하며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거기엔 앨범 편지 일기장 업무 수첩 등등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 온 모든 자료들이 있다. 심지어 20 Kg의 브론즈 흉상(像)까지 나온다. 흉상을 제작하였을 정도면 알만한 사람아닌가?



이런 자료(고물?)들을 접할 때, 그가 살아있을 때 어떻게 가정교육을 시켰길래 그럴가? 그러면서 저명한 인문학 교수(학자)로 살아왔을가? 그는 제자가 없을가? 제자에게 이런 자료들을 물려 주면 죽어서라도 학문 발전에 기여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들로 혼란스럽다.


노령의 인문학 전공자들이어! 학자라고 우쭐대지 말고, 살아있을 때 제자나 초학들을 불러 연구서적들을 넘겨 주시오! 그러면 사후에도 학문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됩니다. 인문학을 전공한 이들이 이를 모르시는가? 당신이 죽어서 그 책들이 고물상에서 떠도는 것은 당신의 인품을 그대로 보는 것같아, 인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에게도 민망스럽기만 합니다.


몇년 전에 서울시에서 작은 도서관을 장려하며 일부 운영비를 지원을 해주었는 데, 도서관이란 명칭을 걸고 이런 고물을 기증받는다고 광고하고 되 파는 이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 함부로 도서관에 기증할 것도 못된다. 모든 도서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아버지가 교수(학자)로서 이름을 떨친 이들이어! 아버지 유품을 함부로 버리지 말고 제자 아니면 전공 학생들에게 기증하던지 아니면 우선 그들이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후에 고물상에 넘겨라!


자신의 아버지가 살았을 때 아버지 덕으로 폼잡았으면, 아버지 죽은 후에는 더 멋진 폼 잡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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