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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상

전철 안에서

by 安喩齋 2017. 1. 6.

새해들어, 교외에 사는 친구를 만나 점심하고 돌아 오는 전철안, 경로석에 할머니가 앉아있고, 대여섯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옆에서 서성거렸다.


자기 할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 일반석이 비어있으나, 그러는 것이다. 


그 때 경로석에 앉아있던 노신사분이 아이에게 앉으라고 자리를 내주고, 빈자리로 옮기려 일어 서기에 나는 그 노신사에게,


'사소한 일이지만, 실천하기란 어려운데 기꺼이 행하셨으니 훌륭하시다'고 말을 건네었다.


그랬더니, 노 신사는 내 곁의 빈자리로 와 앉았다. 그 노신사의 자태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주시할 수 없어 노신사의 가방에 곁눈질하였다.   


내가 여태까지 전철 속에서 본, 가장 품위가 돋보이는 신사다. 교수들의 행태를 잘 알기에 교수는 아닌 것은 분명하였고, 학자일가? 훌륭하신, 그럴리는 없지만, 목사일 가? 둘 중에 한 분일 것으로 생각하며, 눈길을 차창 넘어 풍경으로 던졌다.


어느 덧 환승역에 이르러 내리려하니 그 노신사도 내리며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 달리 뭐라 말을 걸 수 없어, "혹시 목사님이심니까?"라고 말을 건네니 아니라고 하며 연구원 원장이라는 답이다.


혹시, 어느 연구원이라고 물의니 00및 00연구원이라고 한다. 정책을 연구하는 관변 학술단체였다. 본인은 그 분야의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 분야의 지인들이 있어 몇 마디 건네면 곧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전철에서 멋쟁이 노신사를 만났고, 그 멋쟁이 노신사의 행위에서 흐믓함을 느끼는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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