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교외에 사는 친구를 만나 점심하고 돌아 오는 전철안, 경로석에 할머니가 앉아있고, 대여섯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옆에서 서성거렸다.
자기 할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 일반석이 비어있으나, 그러는 것이다.
그 때 경로석에 앉아있던 노신사분이 아이에게 앉으라고 자리를 내주고, 빈자리로 옮기려 일어 서기에 나는 그 노신사에게,
'사소한 일이지만, 실천하기란 어려운데 기꺼이 행하셨으니 훌륭하시다'고 말을 건네었다.
그랬더니, 노 신사는 내 곁의 빈자리로 와 앉았다. 그 노신사의 자태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주시할 수 없어 노신사의 가방에 곁눈질하였다.
내가 여태까지 전철 속에서 본, 가장 품위가 돋보이는 신사다. 교수들의 행태를 잘 알기에 교수는 아닌 것은 분명하였고, 학자일가? 훌륭하신, 그럴리는 없지만, 목사일 가? 둘 중에 한 분일 것으로 생각하며, 눈길을 차창 넘어 풍경으로 던졌다.
어느 덧 환승역에 이르러 내리려하니 그 노신사도 내리며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 달리 뭐라 말을 걸 수 없어, "혹시 목사님이심니까?"라고 말을 건네니 아니라고 하며 연구원 원장이라는 답이다.
혹시, 어느 연구원이라고 물의니 00및 00연구원이라고 한다. 정책을 연구하는 관변 학술단체였다. 본인은 그 분야의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 분야의 지인들이 있어 몇 마디 건네면 곧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전철에서 멋쟁이 노신사를 만났고, 그 멋쟁이 노신사의 행위에서 흐믓함을 느끼는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