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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상

부동산 급등시에 썼던 글

by 安喩齋 2011. 7. 7.

부동산이 천정 모르고 급등할 시, 썼던 글입니다. 

C일보는 틈만 나면 사설 및 칼럼을 통하여 당시 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려 국민의 쾌적한 생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앵무새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말만 배우면 훌륭한 경제학자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작금 우리의 부동산 대책을 논함에 있어 전문가로 대접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세상이 무식의 도가니로 추락하는 것처럼 탄식할 대학 교수 및 논설위원(기자)들은 그들이 누리는 특권으로 지면이나 방송에 출연하여 이 수요와 공급이론을 무기로 시장경제 논리를 역설한다.

 

경제 (economy) 는 원래 “집안 살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개인의 살림살이를 확대한 것이 국가의 살림살이요, 국가 살림살이를 축소한 것이 가정 살림살이와 다를 바 없다. 사람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부동산정책 담당자들은 경제적 유인이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정책 담당자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입안한다면 예상 밖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작금의 우리의 부동산 정책은 순 효과는 없고, 오히려 강남지역 부동산 값만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의 하향 경직성을 고착화함으로서 강남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신념만 심어주고 있다.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는 무수히 많은 기업과 가계들이 경제정책 담당자가 결정할 일들을 대신함으로서 편리하고도 공정하게 경제질서를 유지하게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각각 자기만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할 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이 분산되어 있고, 각 경제주체들이 자기들의 이익만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시장경제가 경제활동을 조직화하여 경제복지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가장 유효한 수단임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입증되었다.

 

바로 보이지 않은 손 (invisible hand)의 작용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대부분의 경우 시장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시장이 자유롭게 기능하도록 맡겨 둘 경우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를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 한다. 시장실패의 한가지 이유는 외부효과(externality)에 있다. 시장실패의 또 다른 이유는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적 풍요가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공정책은 천사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보이지 않은 악마의 손(invisible devil's hand)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정책은 매우 불완전한 정치적 과정에 의해 만들어 지기도 하고, 오직 정치적으로 막강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지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하여 만들어지기도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효율성이나 공평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데 있다.

 

작금 우리의 부동산정책을 다루는 데 있어, 자유 시장경제 논리를 들먹이며, 수요・공급이론의 신봉자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다시피, 수요・공급의 이론은 일정한 수준(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을 올려 공급이 늘어나고, 수요가 감소하면 공급이 과잉되어 가격이 하락한다는 기본적인 현상을 그 근거로 한다.

 

우리의 부동산문제에서도 그 수요・공급이론을 적용할 수가 있을 까? 본인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부동산은 다른 상품과 달리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제한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소재하는 위치에 따라 외부경제효과라는 전문용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것들이 일반 상품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수요・공급이론에 근거하여 부동산 정책을 취하려한다는 데 커다란 모순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어느 강남지역의 재건축 대상 단지 10,000평에 5층의 24평 규모의 100동인 아파트 단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단지에 재건축할 대상의 부지에 대하여 건폐율을 200%로 하는 것과 300%로 할 경우, 어느 편이 공급을 늘린다고 보는가? 또한 공급의 대・소 어느 편이 그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 걸 질문이냐며 유쾌하게 답하려는 부동산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부동산 문제가 나오면 수요・공급이론이 자유 시장경제라며, 자본주의의 근간으로 맹신하는 행태를 보인다.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의 주장은 그것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사실 이 세상은 바로 이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지적 수준을 갖춘 합리적인 실용주의 사람들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죽은 어느 경제학자의 정신적 노예일 가능성이 크다. 자기지식의 한계를 보이는 권력자들은 사실은 수 년 전에 어느 학자들이 써놓은 낙서장을 애지중지하며 그들의 광기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즈가 이 말을 한 것은 1935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