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국에서 그의 역량 펼칠 기회 있었다
‘미국 벤처성공 신화’의 주인공 쓴 김종훈 내정자. 그에게 한국에서도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은 그에게 200억 원을 주며 그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이 얘기를 하자면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울벨연구소' 설립 양해각서 주고받는 김종훈-이명박(2006)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은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김종훈이 소장으로 있던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와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서울시가 200억을 투자하고 ‘벨 연구소가 연구원 6명, 고려대가 12명을 투입하는 등 67억원 상당의 연구장비를 현물출자 해 차세대 초고속 무선통신 기반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정식 계약은 2008년 12월 체결됐다. 1년 뒤인 2009년 말 ‘서울벨연구소’는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에 사무실을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서울벨연구소’는 김종훈이 소장으로 있던 ‘벨연구소’의 서울지점이었다.
5년 동안 200억...결과는 특허 출원 달랑 1건
5년 동안 20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국내 대학들과 IT분야의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니 올 12월이면 계약이 종료된다. 그 동안 ‘서울벨연구소’가 만들어낸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벨연구소’의 성과는 곧 ‘김종훈의 성과’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서울벨연구소 개소식(2009). 이기수 고려대 총장, 오세훈 시장, 김종훈 벨연구소장
형편없다. 정식 등록된 특허는 한 건도 없고 1건만 출원했을 뿐이다. 반면 함께 연구에 참여한 고려대산학협력단은 특허 1건을 등록하고 11건을 출원했다. ICT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소가 국내 대학보다 연구실적이 미진하다.
뿐만 아니다. 연구성과가 있다 해도 기술이전을 기대하기 어렵도록 돼 있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김종훈 벨연구소장이 맺은 양해각서에 한국측에 크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들어 있었다. ‘이명박의 서울시’가 미국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기술이전이 가능하도록 못박은 각서에 서명한 것이다. 대체 200억 원을 퍼주고 무엇을 얻으려한 걸까? 문제의 양해각서 조항이다.
“본 협약과 관련한 특정 제품·소프트웨어·기술정보는 반드시 미합중국 정부기관의 적절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어느 품목이라도 미국 수출법과 규제에 부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배포·이전·전달해서는 안 된다.”
▲벨연구소 미국 본사
기술이전 미 정부 허락 받아야, 굴욕적인 ‘MB-김종훈’ 양해각서
굴욕적인 양해각서와 200억원. 이러고도 서울시가 얻을 수 있는 건 별반 없었다. 서울시에게 던져 준 김종훈의 ‘서울벨연구소’ 4년 2개월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먹튀 연구소’라는 비난이 뒤따를 만하다.
‘벨연구소’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전기통신 기업 ‘알카텔-루슨트’의 산하연구소로 본사는 미국에 있다. 김종훈은 ‘벨연구소’의 소장으로 있으면서 ‘알카텔-루슨트’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근무한 바 있다.
‘알카텔-루슨트’가 ‘벨연구소’를 앞세워 한국에 눈독을 들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국내 이동통신사가 추진 중이던 LTE 서비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벨연구소’를 개소하기 두달 전인 2009년 10월 김종훈의 ‘벨연구소’는 SK텔레콤 등과 4G LTE 기술에 대해 공동협력하기로 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울벨연구소’의 또 다른 역할, LTE장비 공급권
2010년 11월에는 라지브 싱 몰라레스 ‘알카텔-루슨트’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한다. G20의 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하기 위한 방한이었지만 또 다른 목적은 국내 이동통신사들로부터 LTE 장비 공급권을 따내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당시 몰라레스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TE 장비공급업체 선정에 강한 의욕을 보이며 ‘서울벨연구소’을 언급했다. 연구소까지 서울에 있으니 기술지원에 강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통신 글로벌 기업 '알카텔-루슨트'. 김종훈 내정자가 이 기업의 CSO였다.
김종훈의 ‘벨연구소’까지 간접지원에 나섰지만 ‘알카텔-루슨트’는 한국시장에서 패배하고 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이 LTE 장비공급업체로 삼성전자, LG에릭슨, 노키아지멘스 등을 선정함에 따라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알카텔-루슨트’가 고배를 마신 것이다.
이 패배 때문일까. 김종훈과 친분이 돈독했던 ‘알카텔-루스트’의 CEO 벤 버바이엔이 물러난다. 수년간 부진했던 회사를 정상화시키지 못했다는 게 퇴진의 원인이었다. ‘알카텔-루슨트’는 지난 2월 22일 버바이엔의 사표를 수리하고 미셀 꽁브를 새로운 CEO로 임명했다.
한국시장에서 패배한 ‘알카텔-루슨트’, 반격 기회 노릴 텐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게 있다. 만일 국내 이통사가 LTE 장비업체를 선정할 당시(2011년) 미래부가 있었고 김종훈이 장관이었다면 어땠을까. ‘알카텔-루슨트’는 한솥밥을 먹던 김종훈을 주된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했을 게 분명하다. 국내통신사는 어쩔수 없이 ICT분야의 권한을 틀어쥔 정부부서 수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 아닌가. ‘알카텔-루슨트’가 바라던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부가 만들어지고 김종훈이 장관이 되면 앞으로 비슷한 시도가 계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 가족이 모두 미국 국적이고 자신의 기반도 미국에 둔 김종훈 내정자가 장관이 된 뒤 이러한 청탁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할까. 게다가 CIA등 미국 정보기관과도 관계가 깊은 인물이다. ‘거대한 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의 편에 설 수 있을까?
“세계 통신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 바로 한국입니다.” LTE 장비공급권을 따내기 위해2010년 방한했던 몰라레스 ‘알카텔-루슨트’ 부회장이 한 말이다. 이토록 눈독을 들이는 한국시장을 저들이 그냥 둘 리 없다. 김종훈 내정자가 장관이 될 경우 거센 ‘로비’에 시달릴 게 확실해 보인다.
김종훈, 이미 한국에서는 기대 이하
박근혜 대통령이 ‘승부수’로 여기고 있는 김종훈 내정자가 장관이 되면 어떤 성적을 내게 될까? 박 대통령이 부르짖는 ‘경제부흥’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결과가 단지 김종훈 내정자 개인의 역량과 능력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 국내기업과 ‘알카텔-루슨트’같은 외국기업 등 양자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심해야 할 게 뻔한 장관에게 기대를 걸어도 되는 일일까?
한국에서도 그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미국 정부에 유리한 반면서울시에게는 굴욕적인 계약과 함께 200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비를 받아 챙긴 ‘서울벨연구소’의 본사 책임자가 바로 김종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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