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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상

한글날 유감

by 安喩齋 2010. 10. 24.

어제는 한글날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행하는 인문학 강좌(무슨 소리를 하는 가에 관심)를 듣고 나오는데, 날씨가 너무나 좋아 오랫만에 광화문을 거쳐 인사동 거리를 걷기로 했다.

 

새로 단장한 광화문 광장은 생각 나름이지만, 나에겐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민에게 쉽게 접근하여 즐기도록 한 의도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그러나, 디자인 서울이라며 엄청난 비용을 들인  광장 디자인이 이빠진 사기 그릇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딘지 조화롭지 못하고 거대하기만 한 세종대왕 상이 눈에 거슬렸다. 미적 감각을 고려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순신 장군상 바로 앞에 있던, 어느 행위 미술가의 쓰래기에 불과한 흔적들이 말끔히 치워졌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거기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어린 아이들이 물장난하는 모습이 너무나 천진난만하여 천사를 보는 듯했다. 오른편 건물에는 한글날을 축하한다는 프랭카드가 걸렸는데, 알고 보니 미대사관이다. 우리의 건물에는 볼 수 없었으니 아쉽다.  

 

광화문을 재건축한 것은 좋으나, 담까지 조성한 것은 아니한만 못하다. 복원이 옛날 그대로 만드는, 꼭 그렇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부 복원, 아니면 허물어져 수백년을 이어 왔다면 그 자체로 엄연한 역사의 장이 된다. 세종로에서 바라 볼 때, 북악에서 시원스레 불어오는 소슬바람 결에 아른 아른 보이던 경복궁, 언듯언듯 궁궐의 호기심으로 상상하던 그 곳에 높은 담이 쌓여 그런 운치을 잃었다.

 

각설하고, 왜? 한글날인가? 세종대왕께서는 한글이 아닌 훈민정음을 창제하시어 반포하셨다. 훈민정음에는 백성을 사랑하는 거룩한 뜻과 깊은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당시 유생들은 자신들만이 글자를 익혀 소통하던 글을, 모든 백성이 자유롭게 익혀 의사표현하게 되니, 유생들이 이에 두려움을 느끼고 적극 반대하였던 것이다.

 

일반 백성들에게는 문맹에 머물게하고, 자신들 맘대로 백성의 인권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통치하는 기득권을 유지하려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세종대왕께서는 군주로서 이러한 특권을 유생에게만 허용하지 않고, 모든 백성들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하는 숭고한 애민사상과 철학이 훈민정음이라는 용어에 담겨있다.

 

그러나, 일제가 침략하여 우리의 훈민정음을 자신들의 일본어와 구별하여 조선어라 칭하다가, 해방이 되니 조선을 한국으로 개칭하여 부르면서 또한, 주시경 선생이 훈민정음을 더욱 갈고 닦은 것은 사실이나, 주시경 선생의 호를 따서 한글이라고 한 것은 다시 재고되어야 한다.

 

주시경 선생 휘하에서 훈민정음을 연구한 이들이 이러한 무모한 짓을 하였으니, 이제라도 숭고한 사상과 철학이 담긴 훈민정음으로 돌려야 한다고 본다.  (이 글은 한글날 다음 날 써 놓고 이제 올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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