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올렸던 도올에 관한 글을, 요즘 도올 행동에 분노를 느껴 일부를 생략하고 여기 다시 올린다.
도올(檮杌)이란 호(號)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공영 방송에 나와 초대 대통령을 비하하고 국립묘지에서 파 내야 한다고 떠들었다.
언듯 보면 엄청난 학문을 통하여 지은 호로 그럴 듯하다. 도올(檮杌)이란 춘추시대 초나라의 역사서이다. 역사서를 도올이라 한 것은 악을 기록하여 경계하기 위함이다.
어쩜 이처럼 자호를 잘 지었을가! 무릅을 쳤다. 어떻게 자신을 꼭 집어 표현하여 스스로 호로 삼다니, 이 점 하나만은 그에게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렇다 그는 분명 도올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①악수(惡獸)의 하나. 성질이 사나와서 싸우면 물러나지 않는다.
②악인을 말한다. 중국 고대에 가르쳐도 되지 않고 말을 해도 알지 못하는 덜떨어진자 (不才子)로 선한 것을 멀리하고 악한 이를 좋아하였는데, 이를 천하의 사람(民)들이 도올 이라고 하였다.
그럼, 도올의 뜻에 대한 전거를 밝혀 보자.
『맹자』「이루(離婁)」下편에 ‘晉之乘, 楚之檮杌, 魯之春秋’란 글이 있다. “진나라의 역사는 승, 초나라의 역사는 도올, 노나라의 역사는 춘추"이다. 즉 도올은 초나라의 역사책이라는 말이다. 두예(杜預)가 쓴 「춘추좌씨전서(春秋左氏傳序)」에도 맹자의 이 글이 나온다. 맹자가 말하기를 “초나라의 역사서를 도올이라 하고 진나라의 역사서는 승이고 노나라의 역사서는 춘추이다.” 그리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문공(文公)」18년(B.C.609) 편에서는 顓頊有不才子 不可教訓 不知詘言 告之則頑 捨之則囂 傲狠明德 以亂天常 天下之民 謂之檮杌 전욱유불재자 불가교훈 불지굴언 고지즉완 사지즉효 오흔명덕 이란천상 천하지민 위지도올
“전욱씨에게 덜떨어진 아들이 있어 가르칠 수가 없었고 좋은 말을 분별할 줄 몰라 좋은 말을 해도 고집스러워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제멋대로 하게 놓아두면 왁자지껄 떠들어 불경스런 말을 지껄이며, 큰 덕을 지닌 이에게 오만하게 굴며, 하늘의 도를 어지럽히니 세상 사람들은 그를 도올이라 불렀다."라고 된다.
또한, 당나라 사람 장수절(張守節)의 『사기정의(史記正義)』에서 『신이경(神異經)』을 인용하여 말하기를
西方荒中有獸焉 其狀如虎而大 毛長二尺 人面 虎足 豬口牙 尾長一丈八尺 攪亂荒中 名檮杌 一名傲很 一名難訓 서방황중유수언 기상여호이대 모장이척 인면 호족 저구아 미장일장팔척 교란황중 명도올 일명오흔 일명난훈
“서녘의 황량한 곳에 짐승이 있는데 그 모습은 호랑이처럼 크고 털은 두 자이며 사람의 얼굴에 범의 발, 돼지의 주둥이에 커다란 송곳니를 가졌으며, 꼬리의 길이는 1장 8자이다. 서녘의 황량한 곳을 휘저어 어지럽펴 이름하여 도올. 오흔, 난훈이다.”라고 쓰여있다. 『맹자』에서는 역사책으로 적고 있는 반면 『춘추좌씨전』에서는 도올을 오만하고 불경스런 것으로 묘사하였다. “예의를 비난하는 말을 하는 것을 자포(自暴)라 한다” 言非禮義 謂之自暴也(언비례의 위지자포야). 이는 자신을 막되게 굴려 자신을 망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다음으로 “큰 덕을 지닌 이에게 오만하게 굴며, 하늘의 도를 어지럽히니 세상 사람들은 그를 도올이라 불렀다”라는 표현은 “내 몸이 어짊(仁)에 머물지 못하고 의(義)를 좇지 못하는 것을 일러 자기(自棄)라 한다” 吾身不能居仁由義 謂之自棄也(오신불능거인유의 위지자기야). 이 구절은 곧 어짊과 의(義)를 좇지 않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다른 이에 대하여 생각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자신을 버리는 것이 된다. 예의를 비난하여 마구 지껄이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을 하니 이는 자포(自暴)의 지경에 이른 것이고, 큰 덕을 지닌 이에게 오만하게 굴고 하늘의 도를 어지럽힌다는 것은 곧 자기(自棄)의 지경이 이른 것이다. 예의를 비난하고 어짊과 의를 좇지 않음을 일러 동양학에서는 자포자기로 표현한다. 작금의 이 누리가 점점 자포자기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맹자』 「이루」 下에 어진 마음을 해지는 것을 적(賊)이라 하니 서로 적이 되어가고 척을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쩜 이렇게 자신을 잘 묘사하여 자호로 삼았을가? 이 점하나만은 제대로 한자 공부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