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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감상

<가져온 그림> 뻬아뜨리체 감상

by 安喩齋 2010. 9. 25.

Valadon1.jpg

Renoir / Suzanne Valadon(1885)

 

 


많은 예술가들에게 베아트리체와 같았던 여인!
약간 사팔뜨기 눈에 풍만한 몸매,
삶의 고통을 송두리째 알아버린 듯한 표정의 여인!
수많은 예술가들과 때론 모델로, 때론 친구로, 때론 애인으로,
그리고 스스로 화가로도 활동했던 수잔 발라둥(Suzanne Valadon)!
그래서 그런지 르느와르, 로트렉, 드가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Valadon2.jpg

Renoir / The Braid(also known as Suzanne Valadon,1885)

 

Miss

Edgar De Gas / Miss Lola, au Cirque Fernando(1879) 

 

 

그녀는 화가들이 원하면
싼값에 스스럼없이 누드 모델이 되어 주었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는 예술가들과 어울려 몽마르트의 뒷골목을 누비며
그들의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그녀는 몽마르트르에서 많은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사랑을 나눴고 모델로서 영감을 주었으며
그들에게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


수잔 발라동이 어울린 예술가들은 오늘날 예술사에서
후기 인상파로 알려진 화가들이다.
그녀를 특히 많이 그린 사람들은 르느와르와 로트렉이었다.
그녀는 그들 모두의 모델이자 애인이기도 하였지만
특히 로트렉과 음악가 에릭 사티와의 사랑은 각별했다.

 

 

Rider

Lautrec / Rider on a White Horse(1888)

 

 

수잔 발라동은 화가들뿐 아니라 작곡가 에릭 사티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는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사티는
그녀에게 곧장 프러포즈를 할 정도로 그녀에게 빠졌다.

파리 몽마르뜨로 이사 온 시골 청년 사티는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곤궁한 생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술집에서 처음 수잔 발라동을 보았을 때,
그녀는 그 당시 이미 유명했던 화가 로트렉과 춤을 추고 있었다.

 

 

Le

Lautrec / Le Goulue Dancing with Valentin-le-Desosse(1895)

  

 

그때 사티는 절대로 겁먹을 것 같지 않은 야생의 냄새를 풍기는
그녀를 보며 "섣불리 손댔다가는 깨물릴 것 같군"하는 생각을 한다.
수잔 역시 로트렉의 어깨 너머로 사티를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그들이 다시 만난 건 2년 뒤의 일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되지만
사티는 애달프고 슬픈 음악들을 계속 작곡하게 된다.
사티의 대표 곡 중 하나인 [난 널 원해(Je te veux)]는
사티가 수잔 발라동과 사랑에 빠져 만든 곡이다.

 

 

Modele

Renoir / Modele from the Moulin de la Galette(1876)

 

Dance

Renoir / Dance at Bougival(1882-3)

 

 

연인 사이기도 했던 르느와르의 그림에서
수잔 발라동의 매혹적인 눈빛과 몸짓,
아름다운 미소와 화사함을 볼 수 있다.
르느와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부기발에서의 춤] 역시
그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Hangover.jpg

Lautrec / Hangover(1889) 

 

  

한편, 그 자신이 불구였던 로트렉은
그 누구보다 수잔을 잘 이해했으며,
르느와르와는 한껏 대조되는 모습으로
술에 취해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삶의 고통의 무게를 끌어안은 우수에 찬 그녀와
고통스런 삶을 헤쳐나가는 강인한 의지의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로트렉의 그림 속에 수잔은 아름답지는 않으나
삶의 깊이를 아는 여인으로 표현되어 있다.

 

 

The

Lautrec / The Toilette(1896) 

 

Lautrec-Suzanne

Lautrec / Suzanne Valadon(1885)

 

 

 

로트렉은 태생부터 불구였고 더우기 어린 시절 다리를 다쳐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 단신의 몸으로 냉대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발라동은 자살소동까지 벌여 가며 2년동안 끈질기게
로트렉에게 구혼했지만 로트렉은 이 귀엽고도 여우같은
파리여인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관계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1891년까지 간간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각 화가의 개성과 화법에 따라
고상한 아름다움을 가진 아낙네의 모습이 되었다가,
아무렇게나 몸을 굴리는 막장인생으로 비쳐지는 등
팔색조 매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내면에 감춰진
예술적 재능을 품은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었다는 점이다.

 

 

Nude

Suzanne Valadon / Nude Female Reclining(1922)

 

 

화가의 어깨너머로 배운 그녀의 데생에서
그림쟁이의 자질을 발견한 것은 로트렉,
이를 체계적으로 키워 준 것은 드가였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보헤미안처럼 살았고,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수잔 발라동!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예술사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Les

Suzanne Valadon / Les Deux Baigneuses(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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