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찾아갈 거라 생각하여 고향 문턱에 자리 잡은 지 어느덧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 내 집 마당의 흙을 밟지 못한 사람들이 오종종히 모여 함께 옛날을 그리워하는 곳. 때문에 시간이 조금은 느리게 흘러도 괜찮은 곳. 우리에겐 일명 ‘아바이마을’로 더욱 유명한 속초시 청호동은 과거 북한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고향과 제일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아 살고 있는 곳이다. 현재까지도 주민의 절반이 함경도 출신의 실향민이지만, 대부분 그 자식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다. 고향을 떠나 와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모여 옛 고향의 이름을 붙인 음식을 만들어 그 맛과 정을 대대로 이어가고 있다.
아바이마을에서 만난 그리움의 맛 ‘아바이 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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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순대는 함경도 지방의 향토 음식으로 돼지 대창 속에 선지, 찹쌀, 배추우거지, 숙주 등을 버무려 속을 채운 후 찜통에 쪄서 만든 순대다. 각 지역마다 맛이 다르지만, 함경도 지역의 순대는 찹쌀밥을 버무려 채운 것이 특색 있다. 따뜻하고 찰진 순대는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기름지고 속이 꽉 찬 순대 한접시에 시원한 탁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밑반찬으로 무채무침과 양파절임, 시원한 백김치가 같이 나온다. 피난 내려오기 전에 맛 보았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여 정성스레 빚어낸 순대는 실향의 서러움과 손짓하면 닿을 듯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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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진 아바이순대와 고소한 오징어순대가 한 접시에 나란히 담겨 나온다. 매콤달콤 회냉면으로 깔끔한 뒷 마무리.
또한 속초 아바이 순대라고도 불리는 오징어 순대는 돼지 대창을 못 구한 함경도 사람들이 오징어 몸통에 숙주와 배춧잎, 삶은 배추우거지, 찹쌀밥 등을 섞어 쪄낸 것을 먹기 좋게 썰어 다시 계란 옷을 입혀 기름에 구워낸 것이다. 계란 옷을 한 번 더 입혀서 구워낸거라 훨씬 부드럽고 고소하다. 아바이 마을에 가면,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를 나란히 한 접시에 사이좋게 썰어 내준다. 함경도에서 살던 방식도, 그리고 속초로 넘어와 살던 방식도 모두 나란히 공존하는 듯 하다. 고소한 순대 맛을 봤다면, 함경도식 회냉면도 빠트릴 수 없는 입가심 메뉴. 매콤 달콤하게 무쳐낸 명태를 얹어낸 명태회냉면은 기름진 순대의 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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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한 다발처럼 소박하지만 부드러운 ‘학사평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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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번 국도 따라가면 만나는 이름도 아름다운 ‘학사평 콩꽃마을´
바다까지 갔다면, 아직도 바다 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팔딱팔딱 활개치는 생선을 즉석에서 잡아 신선한 회를 맛봐야 하는 것이 정석. 특히 동해바다에서도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맛 볼 수 있는 속초에는 바닷가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과 직접 생선을 골라 회를 떠가는 시장의 횟집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바닷가의 여러 맛 집들을 제쳐두고 이름부터 어여쁜 맛 집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한 송이 꽃보다 여러 송이의 꽃다발이 더욱 풍성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듯 삼삼오오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 맛 집들이 저마다 유명한 곳, 학사평콩꽃마을. 붉디 붉은 장미처럼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들판에서 방금 꺾어온 들국화 한 다발처럼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순두부가 바로 학사평콩꽃마을의 주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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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콩과 동해의 깨끗한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해 여느 순두부보다도 부드럽고 고소한 학사평 순두부촌 순두부.
미시령 고갯길을 넘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마을인 학사평콩꽃마을은 전설 속에서 학이 날아올랐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365일 등산객의 발길을 잡아 이끄는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이 마을은 학사평 저수지와 척산온천지구, 설악한화콘도 등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휴양마을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 마을을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도로변을 따라 크고 작은 순두부 식당 20여 개가 밀집해 있기 때문. 청정한 동해 바닷물을 간수로 한 까닭에 우유 빛깔의 순두부는 웬만한 일류 푸딩이나 아이스크림보다 더욱 부드럽다.
강원도의 전통방식으로 콩을 삶고 물에 둥둥 뜬 순두부를 쪄내는 학사평의 순두부는 여느 지역의 순두부와는 색깔부터 다르다. 고춧가루로 얼큰하게 맛을 내고 모시조개나 파 등을 송송 썰어내는 것들과 달리 오롯이 순두부의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맑은 탕으로 끓여내는 만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콩의 따뜻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순두부와 양념간장을 섞어 흰 밥에 슥슥 비벼먹으면 담백한 맛이 가슴 속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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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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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팁>
* 아바이마을 가는 방법
1) 자가용 이용 : * 인제 - 용대삼거리 - 56번 지방도로 - 미시령 - 속초 시내 - 청호동 코스
* 강릉 - 7번 국도 - 양양 - 대포항 - 청호동 코스
2) 아바이마을 맛집 : 수많은 아바이순대와 명태회냉면 식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단천식당(033-632-7828)이다.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는 1만원부터 3만원까지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를 반반 섞어 내주는 모듬순대의 가격은 2만원이다. 또한 함경도식의 가자미회냉면은 7천원, 명태회냉면은 6천원이므로 순대를 먹고 난 후 상큼하게 입가심하기에 좋다. 단 식사 때에 맞춰가면 길게 늘어선 줄에 지쳐 포기할 수도 있으므로 식사시간을 피해 가는 것이 좋다. 식당 입구에 유명인들의 사진들이 여럿 붙어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 학사평콩꽃마을 가는 방법
1) 자가 이용 : 미시령 터널 지나 설악워터피아 방향으로 직진
2) 학사평 순두부 맛집 : 원조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033-635-9520)를 비롯해 20여 개의 순두부 전문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깔끔한 밑반찬들과 함께 제공되는 순두부는 가격도 저렴해 1인분에 6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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